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음, 좋겠다.
작성자 이은하4월 13일.. 그날 책상을 정리하다가 23년전 수료했던 숲 아카데미 수료증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수료 이후로 몇 번 숲 해설가협회를 들락거리면서 전문가 과정 안내를 보기는 했었지만 그날은 그냥 하루종일 마음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여기에, 결국 ...수료 후기를 남기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매주 화,목,토 주 3일 교육과정이 쉬운 과정은 아니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그 시간들이 힘든 줄은 몰랐다.
일을 마치고 덕소에서 협회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길은 번거롭고 복잡하긴 했다.
집안 일이 밀리고 사무실 일에 실수가 하나 둘.. 생기기도 했지만 그것마저도 완벽해버리면 숲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써 너무 딱딱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부푼 풍선처럼 빵빵했던 일상에 작은 바람구멍을 내면서 지냈다. 그 일탈이 나는 너무 좋았다. 그 일탈이 오히려 쉼이 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였을까?
많은 분들이 이 과정을 마치면 인생이 달라질거라고들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걸음거리가 느려지고 행복해질거라고...
사실 아직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모르는게 많다보니 나무는 서 있는데 이름을 불러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은행나무 아래 떨어진 애벌레를 풀밭에 옮겨주면서 그 주변에 이미 밟혀버린 존재를 이제야 보게 된 것에 대한 놀람들...
모두가 그 자리에서 치열하게 성장하고 변화하고 적응해 가는 과정을 보면서 뭔가 나도 치열하고 열심히는 살아왔지만
내 삶에서 느껴지지 않는 겸허함을 자연에서는 보는 것 같았다.
나의 치열함은 경쟁이었지만 자연의 치열함은 공존이었던건 아닐까.
제비꽃의 엘라이오솜이 그렇고 뿌리에 얽혀사는 균근균이 그렇고... 어느 하나도 가져 오는 것만 있지 않고 늘 덜어주는 미덕을 자연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처음 과정을 신청할 때는 여기까지 올 생각은 없었다. 실습과 시험얘기가 있을 때 구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다.
그러나 실습을 마치고는 일상이 낯설만큼 그곳이 자꾸 생각이 났다. 비밀의 숲에 있었던 ’치열한 공존‘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이 배움들이 내 안에서 치열한 공존을 할 것만 같다.
시간이 흐른 뒤에 어느 하나는 부러져 있고 어느 하나는 그 부러짐을 같이 이고 있을 것이며
그 사이로 새로운 것들이 틈을 비집고 자라고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눈물나는 충격과 감동을 줄 날이 내게도 오겠지, 그런 기대를 갖게 된다.
특별한 경험을 주신 숲해설가 협회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교육생에게 실습이나 시험에 선택권을 주지 않고 이끌어주셔서 더욱 감사하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나에게 숲해설을 듣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나는 무슨 얘기를 해줘야할까. 요즘 가끔 그 생각을 한다.
내 숲명처럼 ’나무계단‘에 앉아있는 평안함을, 앉아서 나눠먹는 아삭한 오이같은 얘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